딸들의 달콤한 말에 속은 리어왕
16세기 영국에 ‘리어'라는 왕이 살고 있었어요. 그는 뛰어난 힘과 용기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훌륭한 왕이었죠.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성격이 너무 급하다는거였죠. 리어 왕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세 명의 딸이 있었어요. 리어 왕은 80세가 되자, 이 세 딸에게 나라를 삼등분해서 나눠 주기로 결심했죠. 그리고 자신은 딸들의 성을 번갈아다니며 마음 편하게 지낼 생각이었어요.
리어 왕은세 딸을모두불러 모았어요.
"자, 나의 세 딸들아. 너희 중 누가 이 늙은 아버지를 가장 사랑하느냐?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나를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장 좋은 땅을 주마."
그러자 먼저 큰딸거너릴이 리어 왕 앞에 나서 뚜름을 꿇었어요.
"아버지, 저는 세상 무엇보다 아버지를 사랑해요. 공기보다, 물보다, 그리고 자유보다 아버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만약 아버지가 제 성에 오신다면 저는 아버지를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드리겠어요."
그 말을 들은 리어 왕은 만족해하며 거너릴에게 나라의 3분의 1을 주었어요. 그러자 질세라둘째 딸리건이 리어 왕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저 역시 언니와 똑같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사랑한답니다. 게다가 저는 효도 이외의 즐거움은 모른답니다. 아버지를 위해 정성을 바치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어요."
리어 왕은 역시 기뻐하며 리건에게 나라의 3분의 1을 주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딸, 코딜리이를 바라보았어요. 사실 리어 왕은 세 딸 중 막내 코딜리아를 가장 사랑했죠. 그래서 코딜리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가장 좋은 땅을줄 생각이었어요.하지만 코딜리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코딜리아야, 너는 왜 입을 열지 않는 거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냐?"
"아버지, 저는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요. 그저 자식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일 뿐이에요."
코딜리아는 두 언니들처럼 듣기 좋은 말로 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진심을 아버지가 알아주길 바랬죠. 하지만 리어 왕은 코딜리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오해 했어요. 잔뜩화가 난리어 왕은 소리쳤어요.
"네가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당장 이 나라에서 나가거라! 코딜리아에게 주려 했던 땅은 거너릴과 리건에게 나눠 주겠다!"
신하들이 놀라 말렸지만,리어 왕은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후 리어 왕의 생애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답니다. 이미 땅을 가진 거너릴과 리건은 아버지를 서로에게 미루다, 함께 계획을 짜 리어 왕을 쫓아냈어요. 두 딸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은 리어 왕은 충격으로 미쳐 버렸고, 그런 리어 왕을 찾아 보살핀 이가 바로 막내딸 코딜리아였답니다.
너무도 인간적인 영웅 <리어 왕>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총 36편의 희곡을 썼어요. 그리고 그 모든 작품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쟉이 되었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가장 잘 알수 있는 네 편의 비극 <리어 왕>, <햄릿>, <오셀로>, <맥베스>를 묶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고 불러요. 이 네 비극의 주인공들은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인간적인 약점들을 가지고 있어요.
<리어 왕>의 주인공 리어 왕은 힘과 지혜를 겸비한 훌륭한 왕이었어요. 하지만 딱 하나, 성격이 너무 급한 게 탈이었죠. 그 때문에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 딸들에게 땅을 물려준다고 선포했고, 그 과정에서 막내딸 코딜리하의 진심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오히려 코딜리아를 오해하고 그녀를 쫓아내기까지 하죠. 그리고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배신당한 후에는 그 충격 때문에 광기에 휩싸여 폭풍우 치는 광야에 서서 화를 내죠. 결 국 코딜리아의 도움을 받아 다시 왕권을 되찾는 데는 성공하지만, 코딜리아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슬픔에 빠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아요.
이 모든 사건이 자신의 급한 성격 때문에 비롯된 일이기 때문에, 리어 왕은 누구를 탓할 수도, 원먕할 수도 없어요. 그런 모습이 더욱 리어 왕의 처지를 가엽게 만들죠.
이처럼 셰익스피어 비극의1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성격으로 인해 파멸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셰익스피어 비극을 ‘성격비극'이라고 부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