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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자료

우리말과 우리문화

by 안녹산2023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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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아, 시원하다."

 

면서 맵고도 뜨거운 찌개 국물을 훌훌 들이킬 때, 자신의 아내를 소개하면서 '우리 마누라'라고 태연히 말할 때, 아주 기분 좋은 상태에 이르러 '좋아 죽겠다'면서 말미에 죽음을 덧붙일 때,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정이 들 수 있다는 건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고 말할 때 -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은 이럴 경우 황당함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로는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한국의 언어문화에 서툰 외국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움직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이번엔 우리로서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 외래적 일상어가 있다. '고맙다, 사랑한다, 행복하다'는 말이 바로 그런 것이다. '댕큐, 아이 러브 유, 아 엠 해피' - 영어권 화자라면 너무나 익숙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들을 수 있는 일상어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말도 우리의 정서로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리도 현재 이런 표현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물론 쓰기는 하되 극히 최근의 일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쓴 것이 언제부터인가를 생각해 보라. 아무튼 이런 말을 쓰는 건 결코 우리의 전통적 언어 습관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인에게 '사랑'이나 '행복'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타령' 수준의 노래로나 그칠 뿐으로 평소에는 금기어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오로지 마음속으로 느끼고 간직하는 것이지 겉으로 내뱉는 말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은근한 눈빛이나 흐뭇한 표정만으로 그칠 뿐이지 이를 굳이 음성언어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게다. 

 

'고맙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은혜를 입었을 때 우리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고맙다는 말을 직접 내뱉음으로써 마음속에 있는 고마운 뜻이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이 말의 사용을 꺼리게 된다. 너무나 고마울 때도 그렇지만, 부모님이나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은혜를 입었을 경우라면 더더욱 잘 나오지 않는 말이다. 또 상대방 역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어색한 기분을 느낄 것만 같다. 

 

어느 민족어에서나 그 민족에게 유난히 민감하게 와 닿는 정서 용어라는 게 있다. 

 

"고향, 꿈, 달, 눈물, 보리밭, 길......"

 

이라면 한국인에게는 지시적 의미 이상의 개념적 외연이 있다. 아련한 정감이 유발되고 여운을 남기는 듯한 연상적 의미라고나 할까? 정서용어에서 사실 전달을 하고 남은 여분의 정서 분량은 바로 그 민족, 그 나라의 무형의 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한 분야 '문화'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현대는 온통 문화로 넘치는 사회다. 문화란 무슨 뜻이며, 어디서 만든 용어일까? 타 문화에의 접촉 경험이 일천한 우리로서는 여기에 적합한 말은 미처 만들어내지 못한 게 아쉽다. 지금 쓰고 있는 문화(文化)란 말은 백여 년 전 일본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문화(文化)'란 말이 그 이전 중국 문헌에 나타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은 형벌이나 위력을 쓰지 않고 백성을 교화시킨다는 '문치교화(文治敎化)'의 준말로 쓰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경작(耕作)'하다란 본의를 가진 영어의 'culture'를 문명개화(文明開化)라 하고, 이를 줄여 문화(文化)로 옮겨 쓴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한국문화는 한국인의 삶이나 살아가는 형태가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습일 것이다. 한 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국을 상징하는,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용어로 들고 있어 관심이 간다.

 

"서울, 한글, 온돌, 한강, 된장, 고추장, 김치, 한복, 태극기, 아리랑, 불고기, 태권도, 경복궁, 광화문......"

 

이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의식주의 생활 용어로부터 고유 문화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망라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외국어로 번역될 수 없는 고유명사로서 그야말로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재다. 이런 상징어 말고도 한국어의 특성으로 '가정 중심'과 '상대 중심'을 주된 특징으로 보고 다음과 같은 세부 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우선, 한국인의 삶과 문화의 특성 항목에서 세부적으로 조상을 중시하고 혈연과 이웃을 중시하는 삶을 긍정적인 항목으로 들었다. 반면 여성에게 제약이 많고, 체면과 격식을 중시하는 삶은 부정적인 항목으로 든다. 다음으로 '한국인의 인간관'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면에서 말을 중시하고, 겸양과 자기성찰을 소중히 여기며, 경험을 중시하고, 건전한 생활 자세를 갖추며, 인간의 한계성을 깨닫는 인간상을 긍정적인 항목으로 든다. 그리고 감성적인 면에서는 자식을 소중히 여기며, 허세를 부리며, 현실 이익을 중시하고, 칭찬 받기를 좋아하며, 아는 사람이나 이웃을 불신하는, 부정적인 항목을 지적하면서 해당 항목 별로 몇 가지 용례를 들고 있다. 

 

이런 분류는 비단 언어 면에서만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널리 지적되는 내용들이다. 우리말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특정지어 분류해 본다. 그 첫째가 자연에 순응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자연주의 언어요, 둘째가 인정이 많은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 언어며, 셋째가 감성 위주의 감각주의 언어다. 이밖에도 우리 고유어 속에는 오랜 농경문화의 흔적을 보이는 요소와 무속이라 일컫는 원시종교의 영향, 그리고 이른 시기에 유입된 한자어의 영향이 한국어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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