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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자료

아름답다의 어원자료

by 안녹산2023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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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당당함이 아름답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합니다. 날마다 운동을 하고, 겉을 꾸미고,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늙지 않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우리는 달라집니다. 겉을 가꾸어서는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음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서 이미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에도, 세상에도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지만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죠. 그런데도 자꾸만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하려고 하고, 구별을 지으려고 합니다. 정의도 수없이 많습니다. 아름다움이 무기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보기에 좋은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름다운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 ‘아름답다’는 참으로 특별한 세상을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아름답다’라는 말의 ‘아름’이 옛말에서는 ‘나(私)’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사(私)는 개인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나라는 뜻도 있습니다. 일본어에서도 사(私)를 ‘나’라고 해석합니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는 말입니다.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름답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금방 나를 다른 이와 비교하고 맙니다. 내가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것은 남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내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이겠습니까? 자꾸 비교하고, 자꾸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니 초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닌데, 불필요한 경쟁을 합니다. ‘선(善)’을 위한 경쟁이 아닙니다. 욕심이 커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잘난 척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삶이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말은 자존감과는 거리가 먼 말입니다. 자신감, 자존감과 자만심은 종류가 다른 말입니다. 겸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겸손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겸손한 척하는 것은 잘난 척과 마찬가지로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겸손한 것은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것이지 부족한 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말에서 아름답다는 말은 우리에게 나로서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아름답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애쓰며 살고, 더 화려해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젊음은 겉모습으로 빛이 나는 때이기에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나로서 살지 못하게 합니다.

아름다움은 외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겉모습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내게 이미 주어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는 나를 남이 되게 만듭니다. 타인의 모습으로 사는 겁니다. 그런데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남도 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나도 이렇게 귀한 데 남이라고 귀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바로 그 순간 내가 변합니다. 아름다워집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됩니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겁니다.

 

아름답다는 고유어에서 '아름'의 정확한 의미를 안다면 아름다움을 보는 우리 민족의 미의식을 밝힐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름-'의 본뜻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한국인이 무엇을 아름답게 보고 좋게 여기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이와 유사한 말 '예쁘다'나 '곱다'란 말의 어원을 통해 '아름'의 의미를 유추해보는 방법도 있다. 예쁘다는 중세어가 '어엿브다'로 본시 '가련하다, 불쌍하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훗날 아름답다는 의미로 변질되었다. 

 

'예쁘다'는 외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매우 특이한 우리말이다. 예쁘다는 그냥 아름답다고 하기엔 무언가 정실이 빠진 것 같고, 그저 곱다고 하기엔 응석이 빠진 것 같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다. 예쁘다는 일종의 가련미(可憐美)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엾은 배려를 받은 수동적인 미요, 인정 베풀기를 지그시 기다리는 연약한 아름다움이다. 가엾다는 말이 아름답다는 말로 전이되는 그 과정이 적이나 한국적이며, 그것은 약자를 자처하며 약자 편에 들어 약자에 공감하는 의식 구조의 소산이라 생각된다 

 

곱다 역시 원래 직선이 아닌 곡선, 즉 '굽(곱)은 것'[曲]을 지칭하던 것이 지금은 아름다움의 의미로 전이된 말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름다움의 '아름-'도 작은 것, 약한 것을 나타내는 말로 추정할 수 있겠다. '아름답다'의 동의어 아리땁다의 '아리-'도 병아리의 '-아리'나 송아지, 망아지의 '-아지'처럼 작은 것, 어린 것을 나타낸다. 작고 어리고 약하다 보니 불쌍하고 가련하여 사람들로부터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불러일으켰나보다. 

 

최근 유행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라는 명언도 바로 그런 상황의 소산이다. 중국인들은 '큰 것'(美는 '羊'에 '大'의 결합)을 좋게 보고, 서구인은 유별난 것, 개성적인 것을 아름답게 보았다면 한국인들은 인간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연약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음직도 하다.

 

말의 어원을 더듬다보면 이처럼 그 말을 만든 주체의 사고나 정서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말밑 속에 숨어 있는 화석이 바로 그 말을 만든 민족의 정신이요, 얼임을 개닫기 때문일 것이다. '사피어(E. Sapir. Language 1921)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을 듣게 된다.

 

"언어의 배후에는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란 문화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문화라는 것은 바로 그 사회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관습과 신화의 총화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에 의해 우리들의 생활 조직이 결정된다."

 

언어학에서 쓰는 전문용어를 빌린다면 계통은 '밝히고' 어원은 '캔다'고 말한다. '캐다'는 

 

"금을 캐다, 나물을 캐다"

 

에서와 같이 어디 땅 속이나 은밀한 곳에 묻힌 보물을 찾아낼 때 쓰는 말이다. 어원 탐구는 말 그대로 말 뿌리에서 조상의 사상이나 감정, 정서, 사고방식이나 의식 구조 등 제반 문화 요소를 캐내는 일이다. 이렇게 캐낸 무형의 문화재는 그 고귀함에 있어 땅 속에서 파낸 어떤 귀금속과도 비교될 수가 없다.

 

말밑을 말찰 혹은 말 뿌리라 하고 한자어로는 어원(語源, 또는 어근(語根))이라 한다. 어원론(Etymology)이라 하면, 한 낱말이 처음 어떻게 생겨나 형태나 의미면에서 어떤 변천을 겪었는가를 밝히는, 어휘론의 한 분야이다. 언어의 갈래를 밝히는 계통론(Genealogy)에서와 같이 어원론 역시 말의 뿌리를 캐는 연구라 역사언어학이나 비교언어학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일상으로 쓰이는 낱말들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가를 가려낼 수 있다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어떤 사고방식 도는 생활관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가 있다는 언어 이론이 있다. 

 

보통 언어학이라면 딱딱한 분야로 알고 있으나 어원론만은 여기서 예외로 치는 듯하다. 말 뿌리를 캐는 일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어원에 대한 이런 관심은 단순히 지적 호기심에 의한 흥미만은 아니다. 어원에 대한 이런 관심은 단순히 지적 호기심에 의한 흥미만은 아니다. 족보라고 하는, 한 개인의 뿌리도 그렇지만 언어도 그 자체의 뿌리에 대해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이를 찾고자 하는 욕망도 어쩌면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원초적 본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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