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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공(公)_공무원과 소나무

by 안녹산2023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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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할 공

 

 

저마다의 공공성,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요즘 많은 사회적 쟁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공성公共性을 자주 거론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공공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으면 누구든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공성에 대해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공공성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두고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대립된 의견을 내세우기 일쑤다. 마치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저마다 다른 행복을 꿈꾸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공공성이란 행복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내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공공성公共性을 한번 다음과 같이 이해해 보면 어떨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공公이 공共한 것이 공공公共이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공공公共에 대한 동어반복처럼 보인다.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위와 같은 공공公共에 대한 정의를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公共의 의미를 공公이 공共한 것이라고 정의함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公이 공共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공公이 공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공公이 공共한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기에 앞서 공公과 공共이라는 이 말들의 의미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公이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흔히 정부기관이나 관공서 등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 또한 나라의 관직을 얻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칭호로 공公을 사용하기도 했다. 즉 이를 종합해 보면 공公이란 한나라의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에 해당하는 일公務’을 맡아 행하는 사람과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말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정부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사람을 공무원公務員이라고 말하고 그러한 업무를 공무公務라고 부른다.

공共은 “여럿, 함께, 하나”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여럿이 함께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공共의 의미를 풀어볼 수도 있을 것인데, 함께 한다는 것은 타자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즉 혼자서는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고 함께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같고 신념이 같으며 성격도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고 누구나 바라는 바다. 사적私的인 측면에서 누구나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하며 이러한 삶을 작은 행복으로 추구할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신념도 다르며 성격도 잘 맞지 않아 늘 충돌과 다툼이 생기는 사람들과 함께한다[共]는 것은 사적私的으로는 꺼려진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 전체로 보면, 즉 공적公的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가 실현된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각기 자유로운 생각과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것을 기초로 삼는 정치제도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회와 국가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여러 사람의 판단속에서 지지 또는 거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공적公的으로 볼 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共이란 다른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시대에 공共을 실현하는 것은 정말로 가장 힘든 일이고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공共을 결코 포기해서도 안 되며, 민주주의에서 공共은 포기 할 수도 없는 가치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共을 포기하는 순간 동질적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만 함께 살고 자신과 다른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배제돼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共은 허공虛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 공公이 공共할 수 있게 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을 통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수장과 각 지역의 국민대표를 선출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만장일치로 후보자가 당선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즉 정부와 정당 그리고 정치인 및 선출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은 민주주의 사회 내에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이후 공公에 속하게 된 정치인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자신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다면 그러한 공公은 공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公이되기 전 한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공公이 되고 난 후에는 공변되게 공무公務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제도와 법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됨 같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간에 공公은 지지와 찬성과 무관하게 그리고 공변되게 국민과 함께해야[共] 한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집권해 ‘이제 권력을 가졌으니 국민 위에 군림하자’라고 생각하거나, ‘권력을 가지고 우리 맘대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식의 생각을 가진다면 그런 정부[公]는 공평하게 국민과 함께하지[共] 못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는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활동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정치적 신념과 입장에 따라 정치집단은 집권을 목표로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경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민주적 선거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정치적 신념과 노선이 국민으로부터 공인共認을 받는 절차다. 따라서 집권한 정당이나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력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정치적 집단의 신념과 노선을 관철시킨다는 생각으로 공무公務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

선거로 집권한 것이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도 된다고 국민으로부터 공인共認 받은 것이라 생각하면 절대 공共한 공公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히틀러의 집권과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집권 이후 공公이 된 정당과 정치인은 언제나 국민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력을 사사로이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지자뿐만 아니라 반대의 목소리에도 늘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公이 공共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평할 공

 

공(公) 자가 갑자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직자에 대한 사정 활동이나, 공인들의 재산 공개 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공(公)이라는 한자를 보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그 글자 위에 있는 여덟 팔(八) 자이다. 별로 관계도 없어 보이는 그 글자가 왜 하필 공 자의 머리 위에 씌어져 있는가? 그 이유를 추적하다 보면 공직자의 원래 뜻한 바가 무엇인지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풀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글자 모양을 생긴 그대로 놓고 천천히 뜯어보면 스스로 그 뜻이 풀린다. 다리나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흔히 '여덟 팔 자로 벌리고......;라는 비유를 쓴다. 무엇인가 좌우로 벌리고 있는 형상, 혹은 등을 지고 서로 갈라서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 바로 여덟 팔 자라는 한자이다. 

 

동서남북은 넷이라 사방이 되고 그것을 곱절로 열어놓으면 팔이 되어 팔방이 된다. 그래서 사방팔방이라는 말이 생겨난다. 이만하면 더 풀이할 것도 없이 어째서 공(公)이란 글자가 삿갓처럼 팔(八) 자를 머리에 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팔 자 밑에 낚싯바늘처럼 굽어 잇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도 생긴 모양 그대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팔 자가 열려져 있는 것이라고 하면 그 아래 글자는 팔이 안으로 굽은 것처럼 닫혀져 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글자는 사(私) 자의 옛 글자로서 공(公)의 뜻과는 정반대 켠에 놓여 있는 글자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공(公) 자 풀이들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사물(私物)을 사방으로 나누어주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 어는 경우에는 사심을 버리고 고루 널리 퍼지는 공평함을 나타낸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석하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글자가 닫혀져 있는 것에서 열려져 있는 상태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문자상으로 볼 때 공은 사와 대립되는 글자이다. 그리고 동시에 공은 공개의 뜻과 통하고 있음을 역력히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공인의 가장 어려운 점은 자신의 사생활(privacy)을 빼앗기게 된다는 데 있다. 안으로 움츠러드는 마늘 모 자는 사방으로 열려진 팔(八) 자에 의해서 모두 공개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약점이 또한 공인의 강점이 되기도 한다. 자기의 존재와 가치가 사방으로 널리 쓰이게 되고 팔방으로 그 힘이 미쳐 뭇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되는 까닭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을 공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이다. 

 

그러나 공이라는 글자의 묘미는 어찌 되었든 그 안에 대립되는 사(私) 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모를 팔 자와 비교해 보면 그와는 정반대로 안으로 굽기 마련인 처럼 생겼다. 손은 무엇이든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사(私) 자는 곡식(禾)을 수확한 것을 각자가 세분하여 자기 몫으로 지닌다는 사유의 뜻을 나타낸다. 

 

공인이라 해도 그 안에는 자기에게로 굽는 손이 있고 곡식을 거두어 자기 것으로 하려는 욕심이 있기 마련이다. 공사를 구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것이 공을 표방하고 있지만 집단 농장에서의 농작물은 자기가 수확하여 자기가 사유할 수 잇는 사경농보다 생산성이 훨씬 미치지 못한다. 소련의 붕괴는 바로 이 사경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公)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사심을 품게 되는 것은 인간의 팔을 마늘 모 자처럼 안으로 굽도록 설계한 창조주의 책임으로가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더구나 한자의 공을 한글로 표기하면 공(空) 자와 구별이 안 된다. 사물과 달리 공공의 것은 무주공산과 같은 공(空) 자로 보이기 쉽다. 공무원의 '공' 자를 뒤집으면 '운' 자가 된다. 공무가 공평치 못할 때에는 공 자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삽시간에 '운' 탓으로 변한다. 공무원이 사정에 걸리면 운이 나빠서 걸리고 운이 없어서 손해를 보는 바로 그런 '운'이 작동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들에게는 재산을 공개시키는 일 못지않게 모든 공무를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 공개토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무 집행의 제도와 법규들을 팔(八) 자 모양으로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홍콩의 경우처럼, 이권이 따를 우려가 있는 공무들은 모두 양성화하여 공개에 붙이도록 하면 부정이 싹틀 기회가 적어진다. 작은 예를 들자면 자동차 번호판을 배정할 때 신청자들은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든느 숫자를 가지려고 한다. 더구나 중국처럼 수를 갖고 길흉을 따지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아예 홍콩에서는 좋은 번혼느 공개 입찰을 해 버린다. 좋은 숫자를 차지하려고 공무원과 뒷거래를 할 필요가 없다. 시민 입장에서 보아도 뇌물을 주고 번호판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그 돈을 국가에 바치고 떳떳하게 합법적으로 손에 넣는 편이 훨신 안정적이다. 재산 공개(公開)라고 할 때의 개(開)는 대문의 빗장을 열어놓은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공직자의 개인 집 대문만이 아니라 관청 대문의 빗장도 활짝 열려져 있어야만 공개의 의미가 제대로 살 수 있다. 

 

나무 가운데 공(公) 자가 들어 있는 것은 오직 소나무의 송(松) 자뿐이다. 이 글자도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소나무 잎은 변함없이 늘 푸르기 때문에 사심이 없고 널리 쓰인다고 해서 공 자를 썼다고 하는 설까지 있다. 그래서 남들이 우러러보았던 공인들은 언제나 송백의 나무에 비유되곤 했다. 여름철에는 모든 나무가 푸른빛을 하고 있어 그 진가를 모르지만 서리가 내리고 추위가 닥쳐오면 비로소 소나무는 잎이 변하고 지는 나무들과 구별된다. 

 

다산(茶山)은 <충식송(蟲食松)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어찌 춘풍 도리와 영화를 다투랴.

대궐 명당 낡아서 무너질 때 긴 들보 큰 기둥 되어 나라를 떠받들고

섬 오랑캐 왜적이 달려들 때 네 몸은 큰 배, 거북선 되어 선봉을 꺾었으니.

 

공인은 팔방으로 환하게 드러내 놓아도 부끄러움이 없고 서리가 내려도 한 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공무원은 본래 공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만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의 자리는 국민 전체의 것이지 몇몇 일부의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하지 않고 융통성이 없다. 머리가 딱딱하다라고 비난까지 한다. 공평하게, 무사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형식에 흐르기 쉽고 원칙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公(공)이라는 글자는 八(여덟 팔)자 아래 (私=사사 사의 옛자)자를 받쳐 만든 것이다.八이라는 글자의 어원풀이로는 대개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다.첫째,양손의 손가락을 네개씩 펴고 서로 등지게 한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 바로 八이라는 글자꼴이며 여덟의 뜻이 됐다는 것이다.둘째,八이라는 글자는 왼쪽으로 잡아 당기고 (),오른쪽으로 잡아 당기는 것()을 상징해 만든 것으로'나눈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라는 글자는 팔꿈치를 구부린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팔꿈치는'자기'쪽으로만 구부러진다 하여'나'를 가리키는 뜻이 됐다고 한다.公이라는 글자는 사리사욕()은 공평함과 맞선다고 하여 나눔의 뜻이 있는 八자를 모아'공정하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일컬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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