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상식

빈 박스 마케팅

by 안녹산2023 2024. 1. 7.
반응형

 

빈 박스 마켓팅

 

 

 

구매 이력이 있는 사람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까지 후기를 조작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후기 조작이나 SNS ‘뒷광고’ 등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빈 박스 받고 “가성비 좋네요” 후기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사무용품 업체인 카피어랜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코팅기·제본기·세단기와 같은 물품을 판매해왔다. 이 업체는 좋은 후기를 늘리고 검색에서의 노출 순위를 높이기 위해 광고대행사인 유엔미디어에 후기 마케팅을 의뢰한다. 네이버 쇼핑몰에선 조작을 막기 위해 실제 돈을 내고 상품을 구매해야만 작성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들은 이 같은 장치도 회피하는 방법을 썼다.


광고대행사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제품을 구매하면 카피어랜드는 구매대금을 따로 환급해주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박스를 배송했다. 알바생은 교육받은 가이드라인에 맞게 후기를 올린다. 네이버 등 쇼핑 플랫폼은 택배 송장번호를 업체가 입력해야만 실제 판매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데 이 같은 점까지 이용한 게 ‘빈박스 마케팅’이다.


6개월 만에 1만5000건 후기 조작  


이 사무용품 업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조작한 후기는 1만5000건에 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1만5000건의 후기가 생성된 것이다. 하루 평균 80건이 넘는 수준이다. 후기 한 건당 광고료는 약 5000원이고, 이 중 1000~2000원이 빈 박스를 받고 후기를 작성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된다. 이 업체는 후기 광고료로만 약 6000만원을 썼다.


실제 이 업체가 네이버에서 판매하는 한 지폐계수기의 경우 5월 기준 949개의 구매 후기 중 880개가 마케팅을 통해 조작된 후기였다. 1242개의 후기가 있는 코팅기는 1059건의 후기가 알바생의 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카피어랜드에 과징금 3500만원을, 유엔미디어엔 동일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홍보대행사 유엔미디어가 구매 후기를 작성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지난해 보낸 메시지.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첫 제재…“시장규모 1000억 넘는다”  


빈 박스를 이용한 방식의 후기 조작은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알려졌지만, 공정위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고객 후기와 돈을 받고 작성한 후기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피어랜드와 유엔미디어도 후기 알바생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건을 접수하면서 공정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판매 시장을 분석과 마케팅을 하는 스토어링크의 정용은 대표는 “빈 박스 후기가 업계에서는 이미 만연하다. 시장규모가 1000억~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시장을 완전히 망치는 행위인 만큼 뒷광고처럼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뒷광고도 공정위가 단속에 집중하는 소비자 기만 광고 방식이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공정위가 자진 시정을 요구한 뒷광고는 1만8062건에 달한다. 하루 100건 이상의 뒷광고가 적발되고 있지만, 빈 박스 마케팅 등 불법 광고 양상이 진화한 것이다.


김동명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고 있다”며 “소비자와 쇼핑몰을 기만하는 방식의 구매 후기 조작에 대해 최초 적발한 것을 시작으로 광고라는 명목으로 거짓 후기를 양산하는 것에는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생활건강과 광고대행업자인 ㈜감성닷컴이 빈 박스 마케팅을 통해 네이버 온라인 쇼핑몰에 거짓 후기광고를 게시한 행위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과 과징금 1억 4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빈 박스 마케팅이란 온라인몰의 후기 조작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모집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제품을 구매하게 하고 제품이 들어있지 않은 빈 상자를 발송하여 후기 작성권한을 얻도록 해 허위 구매후기를 등록하는 행위를 일컷는다.

이번 조치는 유사 제품이 다수 판매돼 일반적인 상업 광고매체보다 주변의 추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발생한 거짓 구매후기 광고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빈박스 마케팅’ 등 소비자 기만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에 이른바 ‘빈 박스 마케팅’이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다. 빈 박스를 받고 허위로 상품의 리뷰를 작성하고 소액의 원고료를 받는 방식이다. 모든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암암리에 진행 중인데, 멤버십 포인트를 후하게 받을 수 있는 네이버가 가장 인기가 좋다. 이 같은 허위 마케팅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이뤄지고 있어 이커머스 업체들에 리뷰 신뢰도 저하와 금전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비즈한국은 13일 빈 박스 마케팅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참여해보기로 했다. 빈 박스 마케팅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참여한 채팅방은 2019년 12월에 개설돼 현재 1200여 명이 채팅방에 모여 있다. 채팅방에 들어간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글이 ​쏟아졌다. 글을 올린 이들은 또 다른 오픈 채팅방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유도해 빈 박스 마케팅에 관해 설명했다. 네이버, 쿠팡, 위메프, 지마켓, 옥션, 티몬 등 플랫폼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장 인기 높은 곳 중 하나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다른 곳보다 멤버십 포인트가 많이 쌓이고 사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네이버 마케팅에 참여하려고 할 때마다 ‘1:1로 대화 중인 상대가 많아 참여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뜨면서 접속에 번번히 실패했다.

 

기자는 총 네 번의 빈 박스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전부 네이버에서 진행되는 건이었다. 네이버 빈 박스 마케팅의 경우 공통 미션이 있었다. 첫 번째는 체류 시간과 키워드 검색이다. 체류 시간은 1~2분 이상, 그리고 웬만하면 제품명을 검색해서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야 한다. 네이버의 검색 로직을 이용해 상품을 최대한 검색 순위 상단에 올리기 위해서다. 스토어와 상품에 ‘찜’ 버튼을 누르는 것도 거의 필수다. 찜 버튼을 누르면 색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캡처해 마케팅 담당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간단한 미션을 마친 후 물건을 주문했다. ​포인트나 휴대폰 결제는 안 되고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로만 결제되는 업체들이 꽤 많았다. 결제를 마치면 구매 내역을 캡처해 마케팅 담당자에게 보내면 된다. 

 

첫 번째로 진행한 마케팅은 완전한 빈 박스 마케팅은 아니었다.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샘플만 보내주고 리뷰를 작성하는 식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리뷰 작성 없이 구매만 하면 빈 박스를 받고 제품값에 원고료 1000원을 얹어주는 형태였다. 나머지 두 건은 빈 봉투가 배송됐으며 리뷰 작성 후 이를 캡처해서 담당자에게 보여주면 수 시간 내에 지불한 제품값에 원고료 1000원을 더한 금액이 본인 계좌로 입금된다. 

 

네 건의 마케팅으로 벌어들인 비용은 현금 4000원과 멤버십 포인트 3946원. 제품 금액이 비싸지 않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에 한계가 있었지만, 큰 힘 들이지 않고 네이버 멤버십 한 달 구독료에 가까운 금액을 번 셈이다. 게다가 같은 스토어나 제품을 리뷰하는 게 아니라면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스토어나 제품이 같은 경우에는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빈 박스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에 ‘리뷰 알바’를 검색하면 빈 박스 마케팅 아르바이트생들을 구하는 오픈 채팅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짜 리뷰가 양산되는 과정 역시 물 흐르듯 진행됐다. 마케팅 업체는 실명을 공개하는 곳이 드문 반면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노출해야 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빈 박스 마케팅을 빌미로 사기를 벌이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들은 이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빈 박스 마케팅은 업체마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건씩 이뤄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가자를 구하는 글이 채팅방에 올라온다. 만약 이커머스 업체가 이를 뿌리 뽑지 못하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상품의 상세 정보보다 실구매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빈 박스 마케팅으로 가짜 리뷰가 늘수록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제품의 신뢰도만 떨어지겠지만, 가짜 리뷰로 채워진 제품들이 늘어날수록 이커머스 업체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네이버도 금전적 손실이 예상된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보다 더 후한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 물론 모든 아르바이트생은 더 많은 포인트를 받기 위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필수로 가입하고 있어 어느 정도 손실이 상쇄되는 건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해본 결과, 이 아르바이트로 30분 만에 한 달 구독료를 모을 수 있었다. 시간과 제품을 결제할 만한 돈만 있으면 계속해서 멤버십 포인트를 원하는 만큼 쌓을 수 있다.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12월에만 6만 포인트를 적립했다고 자랑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실구매자만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고,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기술로 부정 거래나 가짜 리뷰를 최대한 잡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내부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더 많은 가짜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신규 프로세스를 마련해 의심되는 정황들을 파악하고, 모니터링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짜 리뷰를 생산하는 이들과 이커머스 업체는 창과 방패의 관계와 같다. 업체가 아무리 기술을 고도화해도 사람들은 이를 뚫고 또 다른 방법으로 가짜 리뷰를 양산해낸다. 빈 박스 마케팅 역시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해왔으나, 최근에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온라인 쇼핑몰 ‘카피어랜드’와 광고대행사 ‘유엔미디어’의 빈 박스 마케팅 행위를 적발하고,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카피어랜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500만 원을, 유엔미디어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두 업체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빈 박스 마케팅 방식으로 약 1만 5000개의 가짜 리뷰를 게재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올바른 구매 선택을 방해하고, 비대면 거래에서의 신뢰도를 저하해 건전한 온라인생태계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