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와 농구 : 로테이션 룰과 3초 룰은 왜 생겼나
배구와 농구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실내 스포츠다. 그런데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배구와 농구의 룰이 존재한다. 배구와 농구에 숨어있는 사려 깊은 룰을 하나씩 알아 보기로 하자.
6명이 뛰는 배구는 그림과 같이 앞쪽(전위)에 3명, 뒤쪽(후의)에 3명의 선수가 위치한다. 서브권을 따낼 때마다, 선수들은 시계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즉 ②에 서 있던 선수는 ①로, ①에 서 있던 선수는 ⑥으로 자리를 옮겨 가는 식이다. 이것을 ‘로테이션 룰(rotation rule)' 이라고 한다. 이 규칙을 어기면 상대편에게 1점을 주고, 서브권까지 뺏긴다. 코트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을 ‘어 택 라인(attack line)'이라고 한다. 로테이션으로 어택 라인의 뒤쪽에 위치한 선수는 선 앞쪽에서 스파이크(네트 기까이 띄운 공을 상대편 코트로 세게 내리지는 공격)할 수 없다. 공격이 필요할 때는 이 선을 넘지 않은 뒤쪽에서만 할 수 있다.
왜 이런 룰이 생겼을까? 배구는 키 큰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운동이다. 그런데 키 큰 선수가 경기 내내 앞쪽에 있으면, 혼자만 공격하고 상대편의 스파이크를 막는 블로킹까지 전담하게 된다. 팀에서 특정선수가 공격 수비를 독점하면 다른 선수들의 존재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또 기량이 뛰어난 한 선수가 네트를 점령하는 것은 상대 팀에게도 맥 빠지는 일이다. 물론 관중도 경기에 흥미가 떨어 진다. 이런 이유로 키가 크거나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공격하기 어려운 뒤쪽 공간에 주기적으로 물러나도록 강제하는 규칙인 로테이션이 생겼다.
‘2m 넘는 상대 선수가 드디어 후위로 갔다. 이때 공격을 열심히 해서 점수를 따야 해.'
이렇게 상대편은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 이 룰 때문에 막강하 선수를 보유한 팀이라도 특정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농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룰이 존재한다. 농구 코트에서 골대로 앞 다른 색깔로 칠해진 사각형 모양의 공간을 페인트 존이라고 부른다. 이 공간에서는 공격자. 수비자 누구도 3초 이상 머물 수 없다. 그래서 이 규칙을 ‘3초 룰'이라고 한다. 장신의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농구 경기에서 신체 조건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골대 공간을 오랫동안 독점하지 못하도록 만든 규정이 바로 3초 룰이다. 이 공간은 키 큰 선수가 쉽게 골을 넣을수 있고, 리바운드(슈팅한 공이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일)를 잡기에도 유리한 곳이다.
“자칫 3초 바이얼레이션(파울보다 가벼운 규칙 위반으로, 공격권이 상대 편에게 넘어간다)에 걸릴 수 있어. 페인트 존에 너무 오래 서 있지 마.”
감독은 작전 시간에 선수들에게 이런 지시를 자주 내린다. 농구경기를 보면 선수들이(특히 키가 큰 선수가) 쉴 새 없이 페인트존을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규제는 왜 필요한가?
스포츠의 다양한 룰을 살피다 보면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돈이 돈을 번다'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치킨집을 예로 들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의 증식 과정을 살펴보자. 치킨 집은 동네 골목에 많이 생긴다. 그만큼 치킨의 수요가 꾸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갑자기 삼성이나 LG 같은 거대 기업이 치킨 사업에 뛰어든다고 가정해 보자.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치킨 원자재인 생닭을 대량 구매하여 단가를 낮추고, 각종 매체에 고액의 광고료를 자랑하는 연예인을 출연시켜서 자사의 치킨을 무차별적으로 홍보한다. 그 리고 골목 구석구석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배치한다.
자금 동원력과 영업력이 막강한 대기업이 저렴한 가격으로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기존 영세 치킨 업자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자금 동원력과 대외 홍보력 측면에서 애당초 경쟁이 되지는 싸움이다. 결국치킨 수요에 따른 부가가치는 모두 거대 기업이 독식하게 된다.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본이 스스로증식해 가는 단적인 예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보자. 치킨 사업에서 재미를 본 대기업이 순대. 떡볶이 사업에 진출한다면, 또 두부, 콩나물 사업까지 손을 댄다면 어떻게 될까? 관련 업계 영세업자들은 서서히 몰락하고, 최후까지 살아남아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마침내 상품의 가격 결정력까지 틀어쥘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리 만무하다. 이들은 그동안 시장을 장학하기 위해 감수한 손실을 메우려고 이내 상품 단가를 올릴 테니 말이다.
주목할 점은 이 폐해가 일반 소비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치킨, 떡볶이, 두부, 콩나물 등을 파는 수많은 영세업자가 몰락하면 관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구매력을 상실한다. 구매력을 상실한 노동자가 넘쳐 나면, 즉 물건을 살 주체가 없어지면 결국 대기업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적자(適者)만 생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공멸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맞설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는 시쳇말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려면 더 유리한 조건을 선점한 대기업에 핸디캡을 줘야 한다. 최소한 중소 기업이 대기업과 겨룰 만한 힘을 갖출 때까지 대기업은 이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 마치 배구에서 키 크고 강한 공격수가 잠시 후위에 있도록 로테이션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야 상대편도 싸워 의지를 갖게 되고, 관중도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시 해 선수들에게 골고루 전위에서 공격할 기회가 돌아가니, 관중이 더 다양한 플레이를 감상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핸디캡을 부여하라!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아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런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2016년 기준 치킨, 떡볶이, 두부, 콩나물 등 74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며, 대기업이 당분간이 분야에는 손대지 못하도록 핸디캡을 부여했다. 이 제도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 상권 침해를 억제해 보려는움직임이었다.
2018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대 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 협력법)'은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0000 익스 프레스, 000 에브리데이, 00슈퍼마켓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 500미터 이내에 출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이다. 마치 배구에서 뛰어난 공격수가 후위에서 어택 라인 안쪽으로 침범히지 못하도록 ‘공간적' 핸디캡을 부여한 것과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금지하고,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는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조치했다.이런 조치는 마치 농구에서 페인트존에 머물수 있는 시간을 3초로 정하여 ‘시간적' 핸디캡을 부여한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대기업의 영업 조건을 공간적 시간적으로 제한해 핸디캡을 부여한 것은 재래시장의 수많은 영세 상인을 보호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골프의 핸디캡과 공정경쟁
다소 편파적인 법률과 제도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겠다.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다행히 헌법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헌법 제119조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시장을 지배하고 경제력을 남용하면 일부 대기업이 부를 독점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정한 “규제와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헌법 조항의 취지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상생(橄)'의 다른 이름이 바로 헌법에서 명시한 “경제 주체 간의 조화”다. 한때 뉴스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이 말도 헌법 제119조제2항에 근거 한다.
다시 스포츠로 돌아와 보자. 골프 종목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핸디 캡'이라는 절묘한 룰이 공식적으로 존재한다. 골프의 핸디캡은 쉽게 말해 평소 실력을 감안해 강자가 페널티 차원에서 스코어를 감하고 경기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약자 입장에서는 스코어를 어드밴티지처럼 덤으로 얻게 되는 셈이다. 이에 골프는 강자가 언제나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약자가 늘진다는 법도 없다. 누구라도 항상 '해 볼만한 경기'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골프의 핸디캡 룰이야말로 ‘스포츠 경기의 민주화'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시장에서 겨룰 만한 힘을 갖출 때까지 대기업은 실력이 뛰어난 골프선수처럼 핸디캡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도 ‘해 볼 만하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고 경쟁력을 갖출수 있게 된다.중소기업이 약육강식의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체력을 가졌을 때, 대기업도 비로소 공정한 경쟁 시장에서 더 건강하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강자들은 핸디캡을 끌어 안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희망적이게도 우리 사회는 각종 법률과 제도로 상생을 위한 대기업의 핸디캡 조항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추세다. 더 많은 분야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강자의 따뜻한 핸디캡이 늘어나야 한다. 스포츠만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영역도 드물다. 스포츠가 지향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발휘되었으면 한다.
‘골프장 안에 핸디캡이 다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결코 무리를 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에 따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반자들과 즐겁게 라운드를 하려면 핸디캡에 따라 자신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 이상으로 잘 맞아 우쭐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봤다. 고수 골퍼들은 하수 골퍼가 일시적으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해도 상당히 여유를 갖는다. 하수는 언제 무너져도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하수들에게 말한다. ‘골프장 안에 있는 핸디캡이 어디로 가나’하고 말이다.
골프가 인기를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잘 치는 이나 못 치는 이나 같이 어울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핸디캡 시스템 때문이다. 좀 더 일찍 시작해 골프에 능숙한 골퍼가 나중에 시작해 잘 못치는 이를 위해 배려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핸디캡이다. 우열의 균형을 위해 특별한 조건을 나타내는 핸디캡은 한 라운드에서 친 타수를 뺀 일정한 숫자를 말한다. 잘 치는 골퍼일수록 핸디캡은 낮고 못치는 골퍼일수록 핸디캡은 높다.
‘핸디캡(Handicap)의 어원은 14세기 영국 문학작품에 두고 있다고 한다. 17세기 경마에서 승리의 기회를 고르게 하기 위해 경주마의 기록이나 체중에 따라서 적절한 기수를 배정해주는 방식을 핸디캡이라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17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학생이었던 토마스 킨케이드가 쓴 일기에서 골프 핸디캡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핸디캡 시스템은 일정한 계산방식에 따라 만들어졌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표준적이고 공평한 핸디캡 시스템을 도입했다. 1924년 영국 골프 연합 공동 자문 위원회가 결성된 후에야 표준 스크래치 점수 및 핸디캡 체계가 시작됐다.
핸디캡은 손과 관련된 말인 ’핸디(Handi)’와 ‘캡(Cap)’의 합성어이다. 캡은 보통 모자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나 ‘최고’, ‘정상’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프로농구에서 총 연봉 상한선을 의미하는 ‘샐러리 캡(Salary Cap)’에 ‘캡’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연봉 최고 수준을 제한한다는 말이다. 핸디캡에서 캡도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즉 최고의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
보통 ‘핸디캡 골퍼’라고 말하면 핸디캡이 붙은 골퍼를 의미한다. 일정한 수의 핸디캡을 갖고 있는 골퍼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핸디캡이 18인 이는 라운드가 끝날 때 자신의 점수에서 18를 빼면 순수한 네크 스코어가 된다. 만약 핸디캡 18인 골퍼가 90타를 기록했으면 네트스코어는 72가 된다. 핸디캡 2인 골퍼가 75타를 쳤으면 네트스코어는 73이 된다. 두 사람이 같이 경기를 치렀다면 핸디캡 18인 이가 1타를 이긴 것으로 계산한다. 비록 골프실력은 뒤떨어지지만 핸디캡 시스템에 의해 승자가 되는 것이다. 핸디캡 18인 골퍼는 ‘보기 골퍼’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최대 핸디캡은 남자는 28, 여자 36으로 제한하고 있다. 남자의 경우 핸디 28은 사실상 100타를 친다는 의미이다. 100타 이상은 골프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핸디 0에 가까운 골퍼들은 프로로 전향해도 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고 있다. 이런 아마추어 골퍼를 ‘스크래치 골퍼(Scratch Golfer)’라고 부른다. ‘상처를 내다’라는 의미인 ‘스크래치’는 달리기를 할 때 출발선에서 막대기로 줄을 긁는다는 것에서 유래됐는데, 출발점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스크래치 골퍼는 핸디캡이 없는 상태로 경기를 하는 이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아마추어골퍼들이 스크래치 플레이를 하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핸디캡 적용 없이 대등하게 경기를 하자는 의미이다. 모든 프로대회는 핸디캡 없이 경기를 치른다.
골프 클럽 회원인 아마추어 골퍼들은 일반적으로 연회비를 내면 공식 핸디캡을 받을 자격이 있다. 공식 핸디캡은 협회와 함께 골프 클럽에 의해 관리된다. 공식 핸디캡을 받을 수 없는 골퍼는 종종 무료로 여러 시스템을 이용하면 핸디캡을 부여 받을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프로농구연맹(KBL)에서 최장신 선수는 바로 전주 KCC 하승진(221cm,C)이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공만 잡으면 한 골로 연결할 수 있어 상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만약 하승진이 공격할 때 마다 3초의 제한 없이 계속 골밑에 있는다면 어떻게 될까? 농구가 재미있을까?
농구대회의 열기는 대단히 뜨겁다. 체육관을 가면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중학교 같은 경우 모교 학생들이 눈대중 25, 35명 정도 쪼르르 모여앉아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한다. 그 뿐이랴. 경기수도 남녀 총 1374경기로 무척 많아 명실상부 학교 스포츠클럽 ‘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몇몇 있다. 그 중 하나가 학생들과 지도 체육선생님 대부분이 규칙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왜 3초 바이얼레이션이에요?”
학생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주저리 주저리 투덜대며 백코트(자기 수비 진영으로 돌아가는 상황)를 한다. 설상가상으로 학교 지도 선생님까지 학생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황당했다. 이 상황은 농구월드컵 결승전 심판이 와도, NBA 심판이 와도 3초 바이얼레이션을 불었을 상황이었다. 항의에 이해하기 힘드면서도 농구 규칙이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나 참으로 생소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물론 대회에 뛰는 학생들과 지도 선생님이 프로 선수와 프로 감독은 아니다. 덧붙여 규칙을 몰라도 농구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규칙 때문에 승부에서 지고 억울한 상황을 겪으며, 또 농구가 재미없어지면 되겠는가? 그렇다고 농구 규칙이 정말 복잡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알아보면 규칙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중 학생들에게는 낯선 규칙인 3초 바이얼레이션에 대해 설명해 보자.
이 규칙은 프로 경기에서는 1~2개, 국제대회에서는 어쩔 때 1개,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1~2개 정도 나오는데 학교스포츠클럽에서 유독 5~6개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농구의 재미는 반감된다. 학생들이 몰라서 턴오버로 피해가 생긴다. 경기 중 설명을 해줘도 학생들이 플레이에 빠져 있어 잘 이해하지 못해 자주 발생한다.
3초 바이얼레이션의 정의
미리 알아둘 것이 있다. 예전에는 대한농구협회 규칙과 프로농구연맹 규칙이 다르고 대한농구협회와 전국농구연합회 규칙이 약간 달라 선수들에게 혼동을 주었다. 이제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합쳐져 농구협회가 통합되고 프로농구연맹도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사용하면서 규칙이 모두 FIBA 룰로 운영된다. 대한농구협회는 2014년에 바뀐 국제농구연맹 규칙을 그대로 번역해 규칙서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우선, 바이얼레이션이란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규칙에도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볼은 바이얼레이션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경계선 밖에서 반대팀에 주어 드로인 시킨다. 다만 백 보드의 바로 뒤는 제외한다. 제26조 '3초 룰'을 보면 기본 정의는 '상대 팀의 제한구역 안에 계속해서 3초를 초과하여 머무를 수 없다.'로 돼있다. 그럼 제한구역은 어디인가? 직사각형에 페인트로 색깔이 칠해져 있다. 너무나 간단하다. 색깔은 제한이 없다.
3초 바이얼레이션의 역사
장신 선수들이 골밑에 계속 있다 보면 돌파하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득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3초룰이 도입이 됐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2010년부터 기존의 사다리꼴이었던 페인트존을 NBA처럼 직사각형으로 바꿨다. 프로농구연맹(KBL) 역시 국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2009-2010시즌부터 코트에 변화를 줬다. 이는 동양인들에게는 불리하게 다가왔다. 사다리꼴에서 직사각형으로 바뀌면서 면적이 미세하게 넓어졌다. FIBA는 재밌는 농구를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장신들이 많은 서양인들에게 유리한 점은 틀림없다. 몇몇 학교 체육관을 가보면 제한구역이 사다리꼴로 돼있는 학교가 있다.
심판이 3초 바이얼레이션을 부는 기준
코트는 프런트 코트(골을 넣는 상대편 코트)에서 적용된다. 제한구역을 이루고 있는 선들은 제한구역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선수가 라인을 밟고만 있어도 적용된다. 그럼 심판이 어떤 상황일 때 부는 건가?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 교육을 맡고 있는 위성민 심판교육관의 말에 의하면 이제는 거의 국내심판들이 불지 않는다고 한다. 위 심판교육관은 “선수가 오래 있는 경우는 페인트존에서 나가라고 미리 토킹을 해준다. 그 후에도 나가지 않을 경우 그때 분다”라고 먼저 심판이 불기 전에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가 제한구역에 오래 있을 때도 부당한 이득이라 생각하면 불어야 한다. 그 선수가 5초 동안 있어도 불지 말아야 한다. 선수가 5초 동안 있어도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때 불어야 한다. 볼이 페인트존에 안 들어가도 그렇다. 같은 팀이 슛을 던졌을 때 계속 있으면 리바운드를 잡기 좋기 때문이다. 그 선수가 나가는 동작을 취하면 불지 말아야 한다.”며 부당한 이득을 취했을 때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심판의 시각은 어떨까? 대한민국농구협회 국제심판인 김청수 심판은 “심판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완화된 추세다. 국제대회도 마찬가지지만 정확히 몇 초에 부는 것이 아닌 규칙서에 나와있는 대로 분다. 5~6초 있으면 농구경기에서 매우 큰 시간이므로 심판 재량껏 불어야 되지만 오래 있을 때 같은 편의 선수가 슛이나 드리블을 할 경우 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지도자가 자주 항의하는 2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베이스라인 인바운드 상황에 A1 선수가 패스할 선수를 찾고 있을 때 A2가 페인트존에 3~4초동안 머물고 있는데도 왜 안부느냐는 것이다. 규칙서를 보면 코트에 있는 선수에게 볼이 컨트롤 됐을 때 규칙이 적용된다. 또 하나는 A팀이 공격에 실패해 백코트 하는 상황에서 B1선수가 먼저 페인트 존에 가 있는 것이다. B팀의 볼이 프런트 코트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B1 선수는 3초 바이얼레이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초 바이얼레이션을 만든 목적은 장신 선수들이 골밑에서 계속 있지 못하게 함으로써 골을 더 쉽게 넣고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하승진같이 장신 선수들이 계속 있지 못하게 하는 공정한 규칙이다. 이 규칙 때문에 학교스포츠클럽 인기 종목인 농구가 재미없어지면 되겠는가? 3초 바이얼레이션도 기록원에 ‘턴오버’로 기록된다. 앞으로 ‘3초 바이얼레이션’을 몰라 턴오버를 기록하는 학교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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