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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스로인할 때 공을 양손으로 던져야 하는 이유는?

by 안녹산2023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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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인

 

 

영원한 규정은 없다

 

축구 규칙 가운데 하나인 ‘스로인(throw- in)'은 공이 선수의 몸에 닿고 터치라인(경기장의 좌우측 한계선)을 벗어나면, 상대 팀 선수가 두 손을 이용해 경기장 안으로 공을 던지는 공격 방식이다. 그런데 스로인할 때는 반드시 ‘양손'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 한 손과 양손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양손으로 던지면 한 손으로 던질 때보다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 팔을 휘두르는 동작 범위에 제한이 생겨서, 공에 가해지는 에너지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스로인할 때 공을 멀리 던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건은 또 있다. 공을 던지는 순간 양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하며, 던진 공이 반드시 머리 위를 지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어깨 근육의 힘을 온전히 공에 전달할 수 없다.또 스로인으로 공이 골대로 들어갔더라도, 다른 선수를 거치지 않았다면 골로 인정되지 않는 규정도 존재한다. 이로써 스로인의 공격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자, 이제 왜 스로인 규정이 엄격한지 생각해 보자. 선수가 여러 동작으로 공을 던질 수 있으면 더욱 공격적인 축구가 되고, 골이 더 많이 나와서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는 경기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규정이 생겨난 데는 사연이 있다.

 

스로인을 두 손으로 던지도록 규정을 손본 것은 1882년 무렵이다. 당시 축구 종가 영국에 윌리엄 건(William Gunn)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크리켓 선수로도 활동한 그는 어깨가 유달리 강해서, 스로인으로 무려 54m까지 축구공을 던졌다. 급기야 스로인으로 직접 골을 노리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건의 스로인 공격은 상대편에게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되었다. 손발을 동시에 사용해서 공격하는 그는, 다른 선수가 봤을 때 매우 우월한 능력을 갖춘 별종이었다.

 

축구는 발로 공을 차는 것이 기본 공격 방법이고, 던지기는 자연스러운 플레이를 위한 보조공격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던지기를 효과적인 공격 수단으로 활용했다. 축구 경기의 본말이 뒤바뀌는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법. 월등한 스로인 능력을 갖춘 윌리엄 건이라는 선수에게서 촉발한 이 문제는, 결국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축구를 ‘손'이 아닌 ‘발'에 집중하는 경기가 되도록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공을 멀리 던질 수 없도록 까다롭게 재정비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m 이상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최근까지 존재했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인간투석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활약한 로리 델랍(Rory Delap)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팬들은 그의 스로인에 열광했지만, 당시 아스널 FC의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는 델랍의 활약으로 패배하자 큰 불만을 터뜨렸다.

 

“불공평한 스로인을 축구 경기에서 없애든지, 델랍을 프리미어리그에서 퇴출해야 한다.”

 

벤치에서 지켜보는 상대편 감독이 이 정도였으니, 상대편 선수들은 공을 자유자재로 멀리까지 던지는 그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공을 발로 차는 것 이상으로 멀리 던질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그러면 델랍을 퇴출해 공정한 경쟁을 펼치자고 주장한 벵거 감독은 정의의 사도일까, 아니면 특출한 능력을 갖춘 상대편 선수를 시기한 옹졸한 감독에 지나지 않을까? 또 델랍 같은 특출한 능력을 가진 선수가 여러 명 나오면, 스로인 규정을 다시 손봐야 할까? 생각해 볼 문제가 한둘이 아
니다.

 

국회의원이 세종대왕에게 본받아야 할 점은?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입법'이다. 즉 국회는‘법을 만드는 기관'이다. 한 시민 단체가 국회의원의 직무 능력을 평가한 보고서에는,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을 이행한 정도, 국회 출석률, 국민과의 소통 노력, 공직자로서의 청렴도 등 다양한 평가 지표가 활용되어 있다. 그중 가장 비중 있는 평가 지표가 바로 국회의원 임기 중 법률안 발의 건수이다. 법률을 만드는 일은 국회의원의 주요 임무이자 능력인 까닭이다.

 

‘법'이 늘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미처 법이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는 분명 존재하고, 예상치 못한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률은 필요에 따라 개정되어야 하며, 아예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법률 제 개정은 국민의 삶에 법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이를 해소하는 일이라고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민을 구제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많이 발의했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의 불합리한 허점
이나 모순점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는 한마디로 그들이 민생을 꼼꼼히 챙기고 살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생을 자식처럼 생겼다고 알려진 세종의 일화를 살펴보자. 세종 30년, 상소문을 읽던 세종은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다. 상소문의 내용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노비들이 죄를 지어 감옥에 가면, 그 노비의 어린 자식과 늙은 부모는 돌볼 사람이 없어 끼니를 잇지 못해 굶어죽는 일이 허다해 길거리에 백성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여름의 무더위가 유난히 심하여서 감옥에 있는 죄인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병들거나 죽어 나가고 있으니, 백성의 통곡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전하."

 

세종은 이 상소문을 계기로 형법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비와 죄수를 걱정한 세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명(命)을 내린다.

 

“각 도 관찰사에게 고한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심하니 유배형 이하 죄수는 모두 사면하고, 또 석방되지 않은 죄수는 옥에서 더위 때문에 죽거나 병나지 않게 잘 돌봐주도록 하라. 또한 홀아비나 과부인 죄인의 어린 자식들은 관가에서 거두어 보호하며, 유배 중인 죄인 가운데 늙은 부모가 있는 자에게는 1년에 한 번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휴가를 주고, 그 휴가일수를 복역 일수에 합하도록 하라.”

 

이후 어명은 곧 법이 되었다. 노비를 사적인 제물로 인식하던 조선 시대 초기에 이토록 파격적인 조치를 내린 것은역시 성군 세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조선시대에 이미 죄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헤아려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시행했다는 사실은 세종이 민생을 얼마나 살뜰히 챙겼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법률 제정

 

축구 선수 윌리엄 건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자. 그는 보통의 축구 선수가 가지지 못한 놀라운 던지기 능력을 지녔고, 이는 축구 본연의 규칙을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예외적인 능력을 가진 윌리엄 건과 같은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축구 본연의 경기 규칙을 위협하는 또 다른 예외가 나타난다면 또 다시 규정을 개정하게 될 것이다. 비슷한 취지로, 사실 모든 스포츠 경기의 룰은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 말이다.

 

다시 조선 시대를 살피면, 세종은 당시 형법이 노비를 전혀 배려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상소문에 적힌 내용은 어느 한 개인이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많은노비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이었다. 이에 세종은 새로운 제도가 필요함을 깨닫고 즉시 법을 개정했다.

 

현대 사회도 구성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특수한 경우까지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법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몇 년 전인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로 고생하다가 방안에서 번개탄을피워 놓고 동반자살한 일명 ‘송파세 모녀 사건'은 복지의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세 모녀는 질병을 앓았으며, 수입이 전혀 없어 극심한 섕활고에 시달렸다. 그들은 세상에 빚을 지기 싫어서 공과금을 제때 냈는데, 그 이유로 구청에서는 세 모녀가 도움 받아야 할 복지 대상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신청한 복지 지원도 법이 지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번번이 거절되었다.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예외의 경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세 모녀는 국가나 자치단체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결국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취약 계층지원 제도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복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고, ‘세 모녀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2014년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비록 더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복지 지원금의 지원 범위를 넓히고 빈곤가정을 찾으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한 것은 사실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가려진 많은 사람을 행정적,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스포츠의 ‘규정'은 공정한 경기를 위한 행동 지침이다. 그리고 이 규정은 현실에서 적용되는 각종 법이나 규칙,규약 등과 동일한 속성을 지닌다. 법, 규칙, 규약은 윌리엄 건의 경우처럼 예외적 상황이 계속 발생하면,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 정되는 것이 순리다.

 

법, 규칙, 규정은 인간이 공평하게 살아가도록 제도적으로 그 방향을 정해 놓은 틀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적용되는 법과 규정이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필요하다. 윌리엄 건의 등장으로 스로인 규칙을 바꾼 이유는, 언젠가 ‘제2의 윌리엄 건'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조선 시대에도 법의 테두리 밖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했고, 현대 사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모녀'가 곳곳에 살고 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생활고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약자를 보호하는 수많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법의 테두리 밖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포츠 규칙은 마치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해 간다. 그래서 스포츠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려면 권위적인법률 전문가도 때로는 대중적인 스포츠에서 배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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