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시가문학

고전시가 0015_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_을지문덕

by 안녹산2023 2023. 11. 8.
반응형

 

여수장우중문시

 

 

 

1. 핵심정리

갈래 : 한시, 5언 고시
성격 : 풍자적, 반어적
제재 : 우중문
주제 : 적장 우중문에 대한 야유와 조롱
특징 : 반어법, 억양법, 대구법을 사용함.
의의 : 현전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한시
연대 : 고구려 제26대 영양왕(7세기)
출전 : <삼국사기>

 

 

2. 시어 풀이

神策(신책) : 신기하고 기묘한 책략.
究天文(구천문) : 하늘의 운수를 꿰뚫어 앎. 천문을 궁구함.
妙算(묘신) : 오묘한 헤아림과 꾀.
功旣高(공기고) : 공적이 이미 높음.
願云止(원운지) : 그만 두자고 하기를 바람.

 

 

3. 시구 풀이

신기한 책략은 ~ 이치를 꿰뚫었네 : 1구와 2구가 서로 대구를 이루고 있다. 겉으로는 적장이 천문과 지리에 능통한 훌륭한 장수라고 칭친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그 정도의 계책은 간파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상대를 조롱하는 반어적 표현이다.

 

싸움에 이기어 공이 이미 높으니 : 싸움에 이겨 공이 높다는 점을 높여 주고 있는 듯하지만 이 또한 상대를 조롱하고 있는 구절이다. ‘旣[이미]'라는 말을 통해 그동안의 패배는 유도 작전이었으며, 더 이상의 공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 이 작품의 주제가 담긴 구절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있는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知止不殆).'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전쟁을 그만 끝내자고 권유하는 듯하지만, 그만두지 않을 경우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경고와 위협의 의도가 숨어 있다.

 

 

 

4. 작가 소개

을지문덕(乙支文德) : 고구려의 명장. 지략과 무용, 시문에 뛰어났다. 고구려 영양왕 23년(612년), 수나라 군이
고구려를 침범하자 적진에 가 형세를 정탐하였으며, 후퇴 작전을 이용하여 적군을 지치게 만들고 거짓 항복을 한 뒤 후퇴하는 수나라군을 살수에서 공격하여 물리쳤다.

 

 

5. 배경설화

영양왕 23년(612)에 수나라는 30만의 군사로 고구려의 평양성을 공격하였다. 이에 을지문덕은 압록강에서 대치하고 있다가, 거짓으로 항복하여 적군의 허실을 정탐한 뒤 적진에서 탈출하였다. 적군이 추격하자, 을지문덕은 하루에 일곱 번 싸워 일곱 번 패하는 유도 작전으로 적의 군사력을 소모시키면서 적을 평양성 30리 밖까지 유인하였다. 이때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5언 고시를 보내니, 우중문은 그제서야 속은 것을 깨닫고 때마침 군사들이 피로하고 굶주려 싸울 기력을 잃었으므로 회군하였다. 을지문덕은 이를 추격하여 살수에서 대승을 거두니 이를 ‘살수 대첩'이라 한다.

 

 

여수장우중문시 이해와 감상

 

 

6. 짧은 내용에 담긴 무인의 기개

이 작품은 5언4구의 고시(古詩)로서, 짧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구와 2구는 대구를 이루며, 적장의 책략을 과장되게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책략이 을지문덕의 의도에 의한 것임을 내세워 적장을 조롱하고 있다. 3구에서는 상대방의 책략이 ‘이미' 높다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바꾸어 말하면 적장은 더 이상 공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된다. 이러한 경고는 4구에서 위협으로 변한다. 이 경고를 듣고도 싸움을 그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이 점잖은 권유형의 말투 속에 숨어 있는것이다.

 

 

 

 

 

7. 반어법과 억양법의 사용

억양법이란 강조법의 하나로서, 처음에는 올렸다가 뒤에서 내리거나, 먼저 낮추었다가 나중에 울리는 수사법이다. 두 사실을 명백하게 대조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가있다. 마지막 4구에서 그만 항복하라고 권한 것은 앞부분의 내용이 모두 반어적 표현이며 상대에 대한 조롱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먼저 상대를 추켜세웠다가(반어법) 뒤에서 깎아내리는(억양법) 반전을 통해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즉 항복하라는 위협의 말을 강조한다.

 

 

8. 여수장우중문시에 대한 평가

① 이규보의 <백운소설> : "글 지은 법이 기이하고, 고고하며, 화려하게 아로새기거나 꾸미는 버릇이 없으니, 어찌 후세의 졸렬한 문체로서 미칠 수 있겠는가."

 

② 서거정의 <필원잡기> : “일찍이 신라에서 당나라에 바친 비단에 수놓은 오언 고시와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준 오언 사구는 다 절묘한 경지에 이르렀다. 당시에 글이 능한 선비가 적지 않았으나 지금 만 분의 일도 전히는 것이 없으니 애석하도다."

 

 

 

9.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선상탄>, 박인로 / 적의 항복을 권하는 무인의 기백이 담긴 작품 : 임진왜란의 비애를 딛고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내용의 조선 후기 가사이다. <선상탄>의 작가인 박인로 역시 무인으로, <여수장우중문시>와 마찬가지로 무인의 당당한 기백과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선상탄>의 ‘준피 도이(娠彼島夷)들이 수이 걸항(乞降)하야사라.'라는 구절은 적에게 항복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내용상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