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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문학

고전시가 0019_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_최치원

by 안녹산2023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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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야산독서당_최치원

 

 

 

1. 핵심정리

갈래 : 한시, 7언 절구
성격 : 서정적, 상징적
제재 : 물소리
주제 : 세싱과 단절하고 산속에 은거하고 싶은 마음
특징 : ① 물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대조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연대 : 통일 신라 말기(9세기)
출전 : <동문선> 권19

 

 

2. 시어 풀이

疊石(첩석) : 첩첩이 쌓인 바위.
重巒(중만) : 겹겹이 들어선 산봉우리.
人語(인어) : 사람들의 말소리.
是非聲(시비성) :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소리.
故(고) : 짐짓, 일부러.
流水(류수) : 흐르는 물.

 

 

 

3. 시구 풀이

첩첩한 돌 ~ 봉우리에 울리니 : 바위 사이를 빠르게 흐르는 물소리가 강렬하게 들리는 상황을 제시했다.
사람 말소리야 ~ 분간하기 어렵네 : 자연의 소리(물소리)로 인해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외부 상황을 제시했다.
항상 시비히는 ~ 들릴까 두려워하기에 : 학자가 세상을 멀리 하려는 이유가 ‘서로 시비를 다투는 소리'임이 제시되었으며 그러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일부러 흐르는 ~ 둘러싸게 했네 : 물소리로 인해 인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화자 자신의 의도인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세상과 단절하여 자연에 은둔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제가야산독서당_이해와 감상

 

 

4. '물'의 함축적 의미

 

제가야산독서당_물의 함축적 의미

 

 

 

물은 여러 가지 원형적 이미지를 지닌 소재이다. 만물의 생명을 키운다는 점에서 ‘생명' 또는 '모성(母性)'을 뜻하기도 하며,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쪽과 저쪽으로 두 세계를 니누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며 , 대상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지니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물은 먼저 화자와 속세 사이를 가로막는 단절을 의미한다. 또한 학자가 은거하고 있는 자연 공간을 의미하며,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를 막아 화자와 내면적 갈등을 해소해 주는 존재로 볼 수도 있다.

 

 

5. 대조법을 활용한 효과

이 작품의 1구와 4구에서는 자연의 물소리를, 2구와 3구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시비하는 소리를 제시하여 자연 속의 삶과 세상 속의 삶을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대조는 시비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세태에서 벗어나 자연에 은둔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5. 시어의 의미

 

제가야산독서당_시어의 의미

 

 

 

이 작품에서 ‘인어(人語)'란 단순히 사람들의 말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분쟁과 시비 , 어지러움 등을 가리킨다. ‘공(恐)'은 그러한 사람들의 시비 소리가 들려올까 두려워하는 화자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롱(籠)'은 둘러싼다는 뜻으로 흐르는 물이 산을 감싸므로 얼핏 보면 물이 주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흐르는물로 산을 감싸라고 한 주체는 화자이다. 이는 물소리를 이용하여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6. 자연물의 주관적 해석

이 작품에서는 본래 물이 산 주위를 흐르고 있는 것을 화자 자신이 물로 산을 둘렀다고 표현하여 자연물을 주관적으로 변용(變容 : 용모가 바뀜)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송순의 시조 <십년을 경영하여>에서 화자가 달, 바람에게 초가삼간의 방 한 칸씩을 내어 주고, 강과 산은 들일 방이 없어 집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 두고 보겠다고 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황진이의 시조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에서도 ‘밤'이라는 추상적 시간을 ‘허리'라는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하여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재치 있는 발상은 시적 화자의 주체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를 지닌다.

 

 

7.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산촌에 눈이 오니>, 신흠 / 세상과 단절된 상황에서 지어진 작품 : 세상과 단절된 채 자연에 묻혀 밤하늘에 뜬달을 벗으로 삼고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최치원은 ‘물소리'를, 신흠은 ‘시비(柴扉)', 즉 사립문을 이용하여 자신과 세상을 단절시키고 있다. 이처럼 두 작품은 속세와 자신을 단절하고 자연 속에 묻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했다는 점과 두 작가가 모두 불우한 처지에서 창작한 노래라는 점이 유사하다. 신흠은 유배지에서 이 작품을 지었으며, 최치원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외면하고 스스로 자연에 은거하는 상황에서 <제가야산독서당>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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